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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이야기

토요일 일상, 조상님 풀머리 다듬어 드리기

by 도비치아슈리 2023. 6. 25.

막내 영영이 방학을 맞이하여 기숙사 퇴소일이 되어 순천을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시댁 구례에 들러서 조상님 산소에 들렀어요.

 

구례를 가든, 영영이한테 다녀오든 근처로 갈 때면 울 가족들은 늘 조상님 산소를 들러서 성묘를 하고 와요.

 

삘기

봄에 다녀오고 오랫만에 갔더니 풀이 한키만큼 많이 자라 있네요. 희한하게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포천보다 구례마을 산소들을 보면 풀이 참 잘 자랍니다. 아마도 기후조건이 풀 자라기에 좋은 곳인가 봅니다.

 

저 풀 이름을 어릴 적 삘기라 하며 동네 아이들과 같이 논둑이나 동산에 나와 있으면 뽑아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먹을 게 없으니 풀도 뽑아 먹으며 놀던 시절 이야기죠.

 

차에 짐을 실어야 하기에 예초기는 가져가지 못했고 미리 준비해 간 낫으로 급한 대로 일부분만 풀을 다듬기로 했어요.

 

 

남편은 시댁쪽이던, 울 친정 쪽 일이던 이런 힘든 일을 참 스스로 알아서 잘 해내 줍니다. 그러다보니 예전부터 의례적으로 너무 내 남편한테만 일을 시키던 가족들이 미울 때도 있었어요. 이제는 일을 같이 할만한 형제가 없으니 남편이 도맡아 하고 있죠. 아들이 같이 갈 땐 아들이 아빠를 도와서 하고 있고요.

 


다행히 날씨가 적당히 바람이 있고 다른날보다 덜 더웠다. 날씨한테도 감사할 뿐이네요.

 

산소 주변까지 전체적인 벌초 작업은 하지 못했지만 봉오리만 다듬어도 깔끔해진 느낌에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우린 벌초전에 늘 '머리카락 다듬어 드릴게요.', 다듬고 나서는 '머리 시원해지셨죠?'라고 말을 해요.

 

대답은 없지만 '정말 시원하다. 고맙다'고 하셨을 듯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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